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요긴해지는 시기다. 서울대 국문과 정병설 교수의 <시민 없는 민주주의>는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보장하는 ‘시민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책이다.
저자는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고 우리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19세기 미국 민주주의를 관찰한 프랑스 사회학자 토크빌은 한 사회의 실질적 주인은 범죄자를 재판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우리 헌법은 시민의 재판받을 권리에 대해서만 말할 뿐 재판 주체로서의 시민은 없다는 것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시민은 공동체의 지배자가 아니라 명백한 피지배자다.”
동아기획은 들국화의 1집 앨범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80만장이 팔렸다. K팝이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지금도 데뷔 앨범 밀리언셀러는 대단한 기록으로 평가받으니, 당시 들국화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책은 6장으로 구성된다. 1982년 설립부터 2010년 사실상 마지막 앨범 제작까지 동아기획의 부침을 담았다. 동아기획 앨범이 어떻게 ‘웰메이드 보증 수표’가 됐는지 알 수 있다. 동아기획의 정체성과 대중음악계에 남긴 유산도 분석한다.
한 편의 시 같은 가사도 동아기획에서 나온 노래들의 특징이다. 알아듣기 힘든 외래어 범벅 가사에 ‘쇠맛’ 나는 곡들이 인기를 얻는 시대에 이 노래들은 여전히 울림을 준다. 대중의 음악 소비 방식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옮겨갔지만 ‘아껴 듣는 노래’는 시대를 초월한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시인과 촌장의 곡 ‘가시나무’는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들국화 앨범을 사려고 용돈을 모았던 이에게도, ‘그것만이 내 세상’을 유튜브로 듣는 이에게도 즐거운 음악 여정을 선사할 책이다.
개와 고양이의 윤리학
저자는 강원대 철학과 교수다. 길들여진 동물에 대한 윤리를 ‘철학적’으로 조명했다. 애완동물을 태어나게 해도 되는지, 선택적 교배는 윤리적인지 등의 문제를 website 살핀다. 선택적 교배 및 개 식용 논란, 동물 시민권 논쟁도 다룬다. 최훈 지음. 사월의책. 2만5000원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
바이든 정부 에너지·기후정책 고문을 지낸 저자는 100% 전기에너지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생산 기술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면 에너지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울 그리피스 지음. 전현우 외 옮김. 생각의힘. 2만8000원
일본 제철의 환생
일본의 대표적 철강기업인 일본제철은 2018~2019년 경영이 급속히 악화했으나 체질 개선을 통해 2년이 지나지 않아 역대 최고 이익을 올리며 부활했다. 베테랑 경제 기자가 이 과정을 꼼꼼하게 취재해 부활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우에사카 요시후미 지음. 정현옥 옮김. 1만8700원
두 강 사이의 땅 메소포타미아
‘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뜻의 메소포타미아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사학자인 저자는 쐐기문자로 쓰인 점토판을 해석해 메소포타미아인의 일상을 복원했다. 문자에는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삶이 담겨 있다. 모우디 알라시드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만5000원
수능을 좌우하는 중학 국어 공부법
국어는 단시간에 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과목이다. 맞춤형 국어 공부법을 소개한다. 학원과 교재 선택 방법부터 한자, 글쓰기, 문법, 문학 및 비문학 읽기와 시험 준비 방법까지, 미취학 아동기부터 중학교까지 시기별로 꼭 필요한 공부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시민을 배제한 독립적 재판이란 결국 전제 왕정의 임금이나 귀족 과두정의 귀족들이 행한 독단적이고 특권적인 재판일 뿐”이라면서 시민법관의 재판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의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반민주적 엘리트주의’라면서 김종철 전 녹색평론 대표(1947~2020) 등 일부 지식인들이 주장해온 ‘추첨제’야말로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에 부합하는 제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캐나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 시민의회를 구성한 사례가 있다.
저자는 또 공동체가 커질수록 시민이 공동체의 주인으로 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연방제를 통해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고도 말한다.
책에 담긴 저자의 제안들은 급진적이다. 저자 스스로도 “추첨제, 시민의회, 연방제는 모두 현재로서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도 먼 일로 여겨질 것”이라고 인정한다. 저자는 그럼에도 “시민의 지배가 이상적 모델이라면 가능한 한 현실에서 더 많이 구현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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